돈과 부의 차이
이 책은 네이키드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입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조금 다르게 정해졌지만 적절하다고 여겨집니다. 말 그대로 돈에 대한 이야기, 돈의 본질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주제는 단순합니다. 종잇조각에 불과한 돈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돈이라는 종이를 실제 물건과 맞바꾸는 관습이 어떻게 현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가 되었는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현대 금융 시스템과 통화 정책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먼저 돈이란 거래를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로마 시대에는 소금 주머니가, 미국 교도소에서는 고등어 파우치가 거래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문화에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교환 수단이 되었던 것들은 소금, 금, 담배, 돌고래 이빨, 조가비 구슬, 동물 가죽 등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유명한 비트코인도 그 밖에 모든 것들을 사는 데 쓰이는 달러, 유로, 위안 등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화폐도 거래 수단입니다.
돈이란 보통 즉시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현금을 비롯하여 은행에 저축되어 있는 예치금도 포함됩니다. 반면, 고급 차나 주택은 '돈'으로 간주하지 않는데 큰 가치를 갖고 있기는 '부'이기는 하지만 상거래를 하는 데 자주 쓰이는 자산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돈은 '부'가 되지만, 모든 부가 '돈'은 아닙니다.
돈은 신뢰를 기초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금융 시스템은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개념인 '신용 거래 credit'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금융 기관들은 신용을 창출해서 돈의 공급을 확대시킵니다.
금융 시스템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실물화폐, 즉 금과 은 혹은 그 두 개의 조합을 화폐로 사용했습니다. 실물화폐는 제한된 양만 존재하기 때문에 희소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본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는 종이돈인 명목화폐들이 가치를 지니는 까닭은 그 나라 정부가 법정 화폐라고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명목화폐들은 종이(혹은 비트와 바이트)에 불과하지만, 이 화폐를 발행하는 정부들이 존재하는 한 아주 먼 미래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가치를 유지할 것입니다. 정부의 중앙은행들은 이 명목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뮤에서 돈을 창조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없애 버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큰 책임감과 동시에 어려움도 뒤따릅니다. 통화정책의 어려운 점은 너무 많은 돈도, 너무 적은 돈도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골디락스' 통화정책이 있습니다. 너무 뜨겁지도(인플레이션) 너무 차갑지도(디플레이션)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흔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라고 보는데 실은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맞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단 시작되면 사람들은 물가가 계속 오를 거라는 상상하고 그에 따라 물가를 계속 올리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잠재우기가 어려워집니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수입이 떨어지고 집은 물론 기타 자산의 가치도 줄어듭니다. 어빙 피셔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자산을 출혈 투매하고 가격이 내려가고 실질 금리가 오르고 더 많은 자산 출혈을 투매하고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지고 순자산이 줄어들고, 파산이 증가하고,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Bank Run가 벌어지고, 신용대출이 축소되고, 은행들이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고, 불신과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나쁠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의 경우는 더 최악입니다.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서 보여주듯이 디플레이션은 경제 가속 페달을 무력화시킵니다.
멋진 인생
인간 심리는 복잡합니다. 그리고 복잡한 금융 시스템은 사람들의 믿음에 따라 좌우됩니다. 즉, 사람들이 금융 시스템 체제가 번창할 거라고 믿는지 실패할 거라고 믿는지에 따라 번창하거나 실패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소개되는 영화 멋진 인생이 있습니다. 영화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장면을 이해하면 2008년 금융 위기, 대공항, 그리고 19세기와 20세기에 주기적으로 미국을 휩쓸던 금융 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금융 위기까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패닉 상태는 돈이 가지는 심리적인 요소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물가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금융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지기 쉬운 속성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금융 패닉으로 인해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금융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자국의 물가와 더불어 환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한 나라의 통화를 다른 통화를 바꾸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화폐 교환이 거래의 일종이며 모든 거래는 당사자들이 해당 거래에서 혜택을 본다고 느껴야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두 통화 사이의 환율은 수요와 공급을 반영합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의 환율을 조정할 능력이 있고, 국제적 기업들에게 환율은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한 통화의 가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통화가 약해지면 다른 나라의 통화가 그에 비해 강해집니다. 세계 강대국들은 자국의 통화가 강하거나 약하게 조정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 왔습니다. 책에는 미국과 중국의 통화 전쟁에 대해 언급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적어도 돈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 우리 주머니에 지폐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스템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모든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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