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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이컵 골드스타인『MONEY』, 돈의 과거와 현재

by 미라벨25 2023. 2. 20.

© 2020 by AG Prospect,LLC

돈의 탄생

저자는 돈의 기원부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를 살펴보며 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허구의 이야기처럼 극심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엇이 돈이 되었고 돈이 되지 못했느냐는 모든 것이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었습니다. 

돈의 기원을 이야기하기 위해 화폐가 물물교환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화폐가 물물교환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화폐가 단순히 객관적인 교환의 수단으로만 여겨지게 합니다. 그러나 화폐는 단순한 교환 수단의 의미 그 이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의 모습은 아니지만 화폐에 근접한 '초기 화폐' proto-money에 대한 고대 바누아투의 기록을 살펴보면, 결혼을 위해 조가비가 필요하고 종교의식을 위해 엄니가 긴 돼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중 일부는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조가비나 엄니가 긴 돼지를 미리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조가비나 엄니가 긴 돼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바누아투에는 엄니가 긴 돼지를 대여해 주는 정교한 거래망이 형성됐고, 이자는 돼지 엄니의 성장 속도를 기준으로 책정되었습니다. 한 인류학자는 "돼지 부채의 상환이나 미상환을 두고 상당한 분쟁과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이렇듯 화폐는 단순히 가치를 환산하고 편리하게 보관하기 위해 고안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욕망으로 묶인 사회 구조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돈을 얻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서슴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흥미로운 또 한 가지 사실은 추상적인 기호를 새긴 최초의 문서 역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빚졌는지를 기록하는 채무 기록이었다는 점입니다. 최초의 작가는 낭만주의 문인이 아닌 회계사였던 것입니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도시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데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바로 교환 활동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화폐였습니다. 주화가 제조되기 시작하고 수십 년이 지나지 않아 돈이 주화고 주화가 돈이 되었습니다. 다시 주화가 등장하고 수십 년이 흐르고 지주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품삯을 받고 그 돈으로 독자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주화의 확산으로 교환 활동이 용이해지고 사람들은 더 자유로워졌으며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어진 지폐의 탄생은 중국의 종이, 인쇄술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인에게 종이가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시대를 앞선 중국의 지폐 발명은 경제 혁명이라 불릴 만했습니다. 몽골제국이 지배하게 되면서 유목민이었던 몽골인은 금속 주화보다 휴대하기 훨씬 쉬운 지폐를 애용했고 쿠빌라이 칸은 새로운 지폐를 발행했습니다. 그 후 300년 동안 지폐를 사용하면서 중국인들은 종이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가치를 보증해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추상적인 개념의 화폐, 즉 종이돈이 등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개인은 부를 축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등장한 지폐가 이를 바꿨다. 화폐는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시장이 성장하자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하루 일당으로 예전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이 점점 더 부유해졌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기적이었고 생활 수준은 지속해서 높아져 갔다.'_『MONEY』 중에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1300년대 중국은 가장 발달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다시 중국을 완전히 이상화된 과거로 되돌려 놓고 싶었던 홍무제에 의해 1400년대 중반에는 중국에서 지폐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경제 부흥의 바통은 유럽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17세기 영국 화폐는 엉망이었습니다. 영국 조폐국에서 양질의 은전을 주조해 시중에 유통하면 사람들이 은전을 사서 다른 나라에서 금으로 바꿔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시중에 유통되는 양질의 은전이 충분치 않자 금세공업자들이 해결사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금세공업자들은 자신들의 금고에 부자들이 맡긴 금과 은을 보관했고 이 과정에서 맡긴 사람들에게 일종의 예탁 증서를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 때 이 증서를 돈처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금세공업자들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그 증서로 런던 거리에서 물건을 사기 시작하면서 런던의 통화량이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금세공업자들이 지폐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400년 전 영국의 금세공업자들이 했던 일은 오늘날 은행에서 하는 일과 거의 일치합니다. 은행은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전 세계 통화량을 늘립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이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 거래 은행에서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시스템이 붕괴되고 사회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언제나 돈을 돈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돈의 현재

금융 시스템

네덜란드 무역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투자자들이 투자 후 10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오랜 기간이었기 떄문에 10년이 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은 경우 회사의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주식이 인기가 많아 주식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암스테르담 정부는 아예 주식 거래하는 장소를 지정했고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증권 거래소가 되었습니다.

뮤추얼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되는 자금입니다. 뮤추얼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뮤추얼 펀드를 구성하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브라운 앤드 벤트는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은행에 있는 돈처럼 느껴지는 뮤추얼 펀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뮤추얼 펀드를 '적금 펀드'라고 부르려고 했지만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적금 펀드' 대신에 '리저브 펀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리저브 펀드는 '준비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여러 경쟁 펀드들이 많이 생겨나고 이것들은 머니마켓펀드 money-market funds 즉 MMF라고 불리게 될 새로운 종류의 펀드들이었습니다. 머니마켓펀드에 들어 있는 돈으로 소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 머니마켓펀드에 투자한 돈은 은행에 맡긴 돈처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넘쳐흐르는 돈이 금융 거품을 만들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유럽의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유럽연합은 유로화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유럽의 19개국 나라에서 유로 지폐와 주화가 법정 통화로 되었습니다. (2001년 1월 기준) 하지만 유로존에서 세금을 거두고 부를 재분배하는 포괄적인 단일 유럽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각국의 통화를 유로로 통일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이 뒤따랐습니다. 단일 정부가 없는 상태에서 화폐의 통제권을 가지지 못한 유로존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주어진 권한 안에서 유럽 중앙은행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유로를 지켜 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_마리오 드라기

여기 유로의 위기를 돌파한 배경에는 유럽 중앙은행 총재인 드라기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유로를 지켜 내겠다"라는 약속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약속 하나만으로 가능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전자화폐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 데이비드 차움은 디지캐시를 설립했습니다. 기술은 마련되었고 씨티은행이 전자화폐를 수년 동안 시험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굳이 온라인 쇼핑에서 전자화폐를 사용하려 들지 않았고 디지캐시는 1997년 파산했습니다. 그 후 해시캐시는 전자화폐 개발의 최대 난제인 희소성을 해결해 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해시캐시 '우표'는 특정 이메일 수신자를 위해 제작되었고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처럼 사용될 수 없었습니다. 1998년 웨이 다이는 비머니 b-money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비머니는 모두가 동시에 아무런 방해 없이 소통하려면 항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결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현재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이 발명되었습니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애덤 백의 해시캐시와 웨이 다이의 비머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약간 수정했고 결국 개발자들이 수년 동안 꿈꿔 오던 전자화폐를 만들어 냈습니다. 비트코인이 보여주는 진정한 혁신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없이 전자화폐가 통용되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돈의 미래

처음에 언급한 대로 돈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돈이 선택의 결과라고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돈은 그냥 돈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미래에 선택하는 돈은 어떤 형태가 될까요? 지금까지 살펴봐 온 것처럼 돈은 여러 방향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쉬운 것은 세상에서 지폐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변화는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이 급속하게 증가했고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의 알리페이의 이용자는 대략 10억 명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없는 사회로 변화하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돈은 이미 지폐나 주화의 형태를 벗어났고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돈은 은행 계좌에 찍힌 숫자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돈은 지폐가 아닌 은행 예금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금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미래에 은행을 없애버리면 훨씬 더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민간 은행은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돈을 보관할 뿐만 아니라 돈을 만들어 냅니다. 은행은 돈을 보관하고 또 대출을 해줍니다. 은행이 더 이상 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다시 말해 대출 기능이 사라진다면 뮤추얼 펀드처럼 대출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주 업무인 대출 기능을 제한한다면 엄청난 액수의 돈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자의 핵심 요지는 우리는 지금 비민주적으로 돈을 만들고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국가 통화를 통제하고 관리하도록 중앙은행을 지정하고 나서는 거의 개입하지 않습니다.

현대통화이론 지지자들은 굳이 이런 식으로 돈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돈을 좀 더 민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우리 스스로가 돈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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